제주살이

뜬금없이 제주살이를 시작하다.

강남석유재벌 2018. 3. 1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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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작정하고 3개월씩, 6개월 씩의 여행을 떠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참 바쁘고 치열한 삶이 계속 되었다.
긴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6개월간 유럽과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치열한 삶이 싫어서 시작한 카페였지만....

기대 했던 여유 있는 삶은 커녕 유리창 큰 감옥살이를 하며 휴일도 없이 12시간 이상을 카페에 갖혀 지내야 했다.
3년 동안 카페를 운영하는 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자선사업을 하는 것 같을 정도로 수익성도 좋지 않았지만 매일 갖혀지내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 무엇보다 나를 견디기 힘들어서 몇 몇 단골들의 아쉬움 속에 폐업을 결정 했다.

 

카페를 폐업하고 다시 여행을 시작 했다.
일2017년 봄 본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이탈리아, 스위스, 파리, 오사카를 중심으로 교토, 나라, 고베를 다녀왔고 마지막으로 4년만에 다시 라오스를 다녀왔다.

지금까지 26개국 180여 도시를 여행한 시간을 합치면 1년은 여행을 했던 것 같다.

내 여행을 부러워하는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 나라가 제일 좋아요?" "어느 도시가 제일 좋아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여행을 다녀보니  '라오스', '포루투갈', '바로셀로나' 처럼 살고 싶은 도시가 떠오르기도 하고 해당 질문에 대답을 해주기도 했다.
여행을 자주, 오래, 무계획으로 다녀와서 다들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꺼라고 생각하지만 내 외국어 능력은 먹고, 사고, 자고, 길물어 보기 정도의 수준 밖에 안된다.
간혹 외국에서 만난 호의적인 친구들이 정치적인 문화적인 토론을 이어가고 싶어 했지만 내 능력 밖이라... ㅠㅠ

 

싱가폴과 파리에 아주 친한 친구가 사는 덕분에 갈때마다 신세를 지기도 하고 친구들의 향수병을 달래 주기 위해 자주 찾아가기도 했다. 그래도 매번 찾아갈때마다 연락을 피하거나 하지 않은거 보면 내가 친구를 잘 사귀었거나 그 친구들이 전생에 나에게 은혜를 입었나 보다. ^^;
그런 친구들처럼 외국살이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에 갑자기 제주살이에 꽂혔다.

1995년의 졸업여행과 2003년의 출장을 다녀왔지만 여전히 제주는 내게 낯선 곳이다.

아직 제주에 대해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하고 심플하게 외국살이를 시작하기 전에 익숙하지만 낯선 제주살이를 먼저 해보기로 했다.

2017년 11월 한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그렇게 제주살이를 결정하였다.

 

 

그동안 제주살이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 한적 조차 없어서 공항에서 대기하면서 사진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친구들은 "또 어디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커피 사진 올리고 짧게는 3시간부터 15시간 뒤에 다른 나라 사진을 올리는 장난을 많이 쳤다. ^^;

 

 

제주살이의 첫비행을 함께 해준 이스타항공~

특별할께 없는 저가항공이라 큰 기대도 안하고 나름 서비스 만족도가 좋아서 이후로 서울을 오가면서 계속 이스타 항공만을 고집 했었다.
나중에 회항 건으로 곤욕을 치르기 전까지는 나의 최애 LCC항공사 였지만 이제 믿고 거르는 항공사가 되어버렸다. ㅠㅠ

 

 

한시간 정도의 비행을 하고 제주에 무사히 착륙을 했다.
2017년 11월 중순의 밤은 너무나 평온하고 좋은 날씨였다.
용담사거리 근처에 모텔을 잡았는데 처음이지만 능숙하게 2번게이트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찾아 갈 수 있었다.

숙소를 잡고 늦은 저녁으로 고기국수를 먹으려고 모텔 사장님에게 물어 보니 바로 길건너 24시간 고기국수 집을 소개해 줬다.

처음 경험한 고기국수는 면발도 육수도 별로였다.
정말 맛있는 고기국수를 나중에 먹어 보지 않았다면 고기국수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질뻔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구)제주에서 저녁 9시이후에 맛있는 고기국수를 먹을 수 있는 맛집도 별로 없었지만.... ㅠㅠ

 

 

한달살이나 1년 살기를 정하고 온 것이 아니라 일단 그냥 살아 보려고 왔다.

아무생각없이 무대책으로 온 것도 아니고 제주에 있는 회사에 내가 용돈벌이라도 할 수 있는 일도 찾고 내려왔다.

 이렇게 나도 제주살이를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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