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올레길을 다녀 왔다.
본격적인 장마와 여름이 시작된 제주에서 7월에는 처음 다닌 올레길이다.
그동안 올레길은 동쪽과 남쪽 위주로 다녔는데 그래도 동서남북으로 골고루 다니고자 이번에는 서쪽의 용수리포구에서 시작하는 중거리인 올레길 13코스를 선택 했다.
제주살이를 하는 제주도민으로써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보니 비연속적인 올레길 탐방을 하고 있는데 늘 그랬던 것처럼 집에서 차를 가지고 가서 올레길의 종료지점에 주차를 하고 버스를 타고 시작점으로 이동을 했다.
저지오름에서 시작점인 용수리포구 근처 용수리마을회관까지 한번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이동 했다.
제주시에서 출발하기 전에 대기상태와 일기예보를 보니 구름 낀 날씨에 미세먼지 보통이어서 시야가 안좋았지만 수증기라고 생각하고 출발을 했다.
중산간을 지날때는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었고 저지리에 주차를 하고 용수포구에 도착 했을 때도 수증기라고 믿고 싶었던 것은 결국 미세먼지 나쁨이었다. ㅠㅠ
차귀도는 작년 이맘때 차귀도포구에서 본적 있는데 거의 일년만에 다시 차귀도를 보게 되었다.
차귀도포구에서 보는 차귀도도 좋았지만 용수리포구에서 보는 차귀도도 색다른 맛이 있다.
날씨만 더 좋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올레길 12코스를 걸을 때는 좀 더 날씨 좋은 날을 선택 해야겠다.
용수리포구에서 올레길 시작 스템프를 찍고 아침겸 점심 먹을 곳을 찾았는데 마땅히 먹을 곳이 없다.
지도를 찾아봐도 코스 내내 식당을 만날 일이 없는거 같아서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먹고 출발 했다. ㅠㅠ
올레길 13코스 시작지점인 용수리 포구 절부암 앞에는 용천이 솟아 오른 것인지 바다가 갇힌 것인지 모를 작은 호수 같은 것이 있다.
올레길 13코스는 시작부터 지루하다.
농사 짓기가 좋은 곳인지 기장이나 옥수수 등 농작물을 재배하는 밭이 많이 있다.
중간에 그나마 식당이 하나 있는데 오후 3시에 문을 연다고 되어 있었고 이것도 예약제라고 한다.
이곳 사장님의 운영방침이니 뭐라 할 수 없지만 서쪽 끝은 이곳까지 떡볶이를 먹으러 다시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떡볶이는 못먹었지만 문닫힌 식당 한 구석을 채워주는 작은 고양이 한마리를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는 올레길 외에도 천주교 순례길로 지정된 길 많은데 13코스에도 일부 구간이 천주교 순례길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아주 작은 성당이 있어 주목해 보니 순례자의 교회라는 곳 이다.
제주도는 지질 구조상 물이 빠지져서 큰 호수나 저수지를 이루는 곳이 적은데 한경면에는 용수저수지라는 꽤 큰 저수지가 있다.
큰 저수지 덕분에 근처에 흔하지 않은 논에 물을 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용수저수지 곳 곳에 민물 낚시를 즐기는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말똥 소똥을 거름으로 쓰는 지루한 밭길을 한참 지나다 보니 연꽃이 만개한 작은 못을 만났다.
아주 작은 못인데 연꽃 덕분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된다.
연꽃이 있는 작은 못을 지나면 작은 숲길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 만난 숲길은 특전사의 숲길이라고 13공수특전사 분들이 조성한 숲길이라고 한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서 습하고 약간 질퍽 거리는데다가 돌로된 숲길에는 돌이끼도 끼어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접질리기 딱 좋은 코스다.
차라리 지나온 길처럼 그냥 편한 밭길을 가도 되는데 일부러 걷디고 힘들고 위험한 숲길 코스를 만든 의도가 무엇일까?
숲길을 걸으면서 뱀이라도 만나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했는데 정작 뱀은 숲길을 지나고 콘크리트로 만든 마을 밭길에서 마주쳤다.
예전에 라섹 수술을 하고 아직 1.5 시력을 유지해서 멀리서부터 뱀이란 걸 인지하고 있었는데 10미터 내에 들어가 보니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서 쥐인지 청설모 인지 모를 동물을 휘감고 먹고 있었다. ㅡ,.ㅡ;
다행히 뭘 먹고 있어서 인지 조용히 옆으로 지나가는 나에게 위협적인 행위는 없었다.
계속 해서 만나는 고목나무 숲길을 지나며 소나무숲이 울창한 숲길을 걸었는데 그동안 육지에서 봐왔던 소나무와는 모습이 다른 소나무도 볼 수 있었다.
육지에서 본 소나무들은 재선충병에 걸려서 베어진게 많았는데 이런 형태의 소나무는 재선충병에는 내성이 있는지 베어진 것이 없었다.
계속 가다 보니 또 고사리숲길을 지나게 되었다.
정말 길 양쪽으로 많은 고사리가 있는 숲길 이었는데 사실 제주도는 어느 숲을 가나 고사리는 많은 것 같다.
올레길 13코스 중간 스템프를 찍는 곳이 있는 낙천의자공원에는 입구에 큰 의자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일부로 인공적으로 다양한 의자들로 공원을 꾸며 놓았는데 주말이어서 그런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찾는 사람은 없었다.
많은 의자 덕분에 중간에 쉬기는 좋았다.
올레길 13코스를 걸으며 낙천의자공원에 오기까지 앉아서 쉴만한 곳도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있는 것도 땡볕에 있어서 아주 잠깐 쉬어갈 정도 였는데 여기에서는 정자형태로 쉴 곳이 있어 그동안 못쉰 다리를 충분하게 쉬게 해주었다.
주말인데 사람도 없고 매점도 없어서 음료수를 살 곳도 없었고 화장실만 이용하고는 계속 이동을 했다.
개방된 화장실은 있는데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없다. ㅡ,.ㅡ;
낙천의자공원을 지나면 또 지루한 밭길이 계속되고 멀리 종료지점인 저지오름이 조금씩 가까워 진다.
저지오름을 포함 올레길 13코스는 용수리포구에서 중산간의 밭길을 체험하는 코스 인 것 같다.
저지오름은 높이도 높지 않고 올라가는 코스도 힘들지 않아서 어렵지 않았다.
저지오름만 탐방코스로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저지오름에 올라 분화구 산책로를 한바퀴 돌고 분화구전망대에 올랐는데 미세먼지 나쁨이어서 주변 경치를 볼 수 있는게 없다. ㅡ.,ㅡ;
올레길 13코스 전체를 통틀어서 그나마 이거 하나 볼만한 경치 인거 같은데 미세먼지 나쁜 날이어서 멀리 협재 해수욕장이나 차귀도쪽 바다도 안보이고 한라산도 보이지 않는다. ㅠㅠ
분화구를 가지고 있는 저지오름은 분화구전망대 바로 아래쪽으로 분화구를 좀 더 가까이 내려가서 볼 수 있는 탐방로가 따로 있었지만 이미 의욕상실을 했다.
산굼부리 처럼 생태가 다른 것도 아닐텐고.... 의.욕.상.실 해서 서둘러 내려가 재미 없는 올레길 13코스를 끝내고 싶었다. ㅠㅠ
저지오름을 올라갔던 길에서 다시 내려와 반바퀴를 돌아야 저지리로 나가는 길이 나온다.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아마 여기서 저지오름 탐방을 시작 할 것이고 차를 가지고 오는 분들 반대편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게 된다.
내려와서 멀지 않은 곳에 저지리 마을회관 앞에 종료 스탬프를 찍는 곳이 있다.
이미 14-1코스 때 와보기도 했고 14코스를 시작 하기 위해서는 다시 와야 한다.
주변 상점 대부분 일요일은 휴무인 곳이 많아서 결국 아침겸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여기서 이른 저녁을 먹어야 겠다는 계획도 어긋났다. ㅠㅠ
가까운 곳에 저지올레길편의점이란 슈퍼 같은 곳이 카페와 분식집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음식은 제주시에 돌아가서 먹기로 하고 팥빙수가 4천원 밖에 안해서 주문을 했다.
다문화 가정을 이룬 부부가 운영하는 곳 같은데 외국출신 아주머니가 아주 친절 했다.
자잘한 얼음 씹는 맛이 있는 옛날 팥빙수인데 하루 종일 더위와 싸우면 고생한 내게 팥빙수가 그나마 최고의 보상이었다.
올레길 13코스는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지금까지 다녀본 11개의 올레길 중 가장 지루하고 재미 없는 코스였다.
물론 미세먼지가 심해서 저지오름 정상에서 풍경을 보지 못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14-1 코스에 있는 문도지 오름에서 봤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내심 불안해 했던 살아 있는 뱀도 만난 것도 하필 13코스였고 일요일이어서 그나마 시작점과 종료지점 근처에 있던 식당들도 문닫아서 맛집은 커녕 식사도 제대로 못해서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
올레길 7코스도 별로 였지만 고근산 정상에서 보상을 받고 나중에 날씨 좋은 날 고근산은 다시 가고 싶었지만 저지오름은 일부러 다시 찾지는 않을 것 같다.
저지오름은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서 근처를 여행하시는 분들은 날씨 좋은 날 한번쯤 가볼만한 코스 일것 같지만 내게 올레길 13코스는 지루하고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ㅡ,.ㅡ;
코스 가이드 ( Course Guide) | ||
코스명 | 코스길이 | 난이도 |
13코스 (용수포구~ 저지리) |
15.9Km |
중 |
˙ 힘들지 않는 산책로가 조성된 저지오름이 그나마 볼 만한 경치 ˙ 15km의 코스로 어렵지 않지만 낙천의자공원 외에는 쉴만한 포인트가 별로 없음 ˙ 코스 전체가 지루한 밭길 위주여서 지금까지 올레길 중 가장 추천하고 싶지 않은 코시이고 중간 중간 숲길은 돌길에다 비온 다음날은 전체적으로 길이 질퍽일 수 있고 실제로 뱀도 나옴 ˙ 시작점인 용수리포구의 편의점과 카페 외에 종료점인 저지리까지 식당이나 슈퍼가 없으니 미리 음료수를 챙겨야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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