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곳 곳에 5일만다 장이 서는 곳이 많다.
가까운 제주시는 물론 함덕, 세화, 서귀포 중문, 표선 등 날짜가 겹치지 않고 5일 단위로 장이 선다.
제주시 도두동에 있는 제주민속오일장은 2일과 7일(12, 17, 22, 27) 단위로 장이 서는데 제주 사람들은 장이 설때면 자주 가까운 장을 찾는 것 같다.
그중 규모면에서는 제주시에 있는 민속오일장이 제일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전 부모님이 제주에 오시면서 더이상 관광지 보다는 이런 장 같은 것에 관심을 보여서 하루는 제주시에서 열리는 제주민속오일장에 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엄마가 해주는 집밥을 아침으로 든든하게 먹으며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에 여유있게 집에서 출발 했다.
제주 토박이를 비롯해서 제주살이를 하는 친구들에게 오일장에 주차할때가 없어서 고생 했다고 해서 연동이나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타고 갈까 고민을 했지만 일단 차를 가지고 제주민속오일장으로 갔다.
10시가 조금 못되었던 시간이고 날씨가 흐린 날이어서 그런지 시장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공영주차장은 아직 여유가 있었다.
시장을 보고 느끼는 것이 다 틀렸다.
내 경우는 꽤 크고 정돈이 잘되어 있다는 느꼈던 것에 비해 어릴때부터 시골에서 살면서 장날을 체험 했던 엄마가 느끼는게 달랐다.
특히 엄마는 지금도 성남 모란시장에 장이 서면 가끔 찾아가는데 규모나 옛 장날 분위기는 성남모란시장이 더 낫다고 하셨다.
청과면 청과, 수산, 축산 등 잘 정리 되어 대체로 구획이 잘 나뉘어져 있다.
엄마는 채소를 파는 한 상점에서 제주 고사리를 사셨다.
내가 "제주 고사리가 좋아?" 여쭤 봤더니 "아니 전라도 XX(들었는데 기억이 잘 안남 ㅡ,.ㅡ;)께 더 좋아~" 라고 말씀 하신다.
그래서 "근데 왜 사는데?" 하니 "그냥 왔으니까~" 라고 대답하셨다.
장이란 그런 것이다.
오면 사게 만드는 것들이 힘이 있다. ^^
아버지는 깨강정을 사셨다.
5천원어치만 사도 검은봉지 가득하게 인심 좋게 담아 주셨다.
제주에 있는 동안 주전부리를 하려고 사셨지만 계시는 동안 워낙 먹을께 풍족해서 결국 서울 갈때 싸가지고 가셨다. ^^;
수산쪽에서는 건어물이 아닌 싱싱한 생물을 파는 곳이 많이 있다.
우리를 여행자 취급하며 눈탱이를 치는 상인도 있는가 하면 제주산과 수입산의 모양을 비교해주며 가격과 맛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상인도 있었다.
오늘이 아니어도 그 상인에게는 나중에 택배로 주문을 하고 싶어서 명함을 받았다.
장터는 먹거리도 풍족하다.
한쪽에는 떡볶이, 오뎅, 호떡 같은 분식도 있었고 국밥을 파는 골목도 있었다.
사람들 줄이 유독 길었던 한 국밥집은 맛집인거 같다.
벌써 8번째 제주여행인데도 서울 올라가시면 지인들에게 선물을 주신다며 흔해빠진 하루방 쵸콜릿과 크런치를 동문 시장 보다 싸게 샀다.
맛보라고 크런치도 정말 한가득을 비닐봉지에 담아 주셨다.
아직까지 이런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사람들은 오일장을 찾나 보다.
그동안 제주 빙떡이 무슨 맛인지 궁금했는데 시장에서 파는 곳이 있어서 부모님과 함께 시도를 했다.
들어간 것은 메밀전병에 무와 깨 정도만 들어간다고 한다.
첫 경험한 빙떡~
고소한 맛에 간장을 찍어 먹어도 좀 심심한 맛이다.
이번에 먹어 봤으니 다음번에는 안먹어 봐도 될 것 같다.
옆에서 이 집 빙떡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 아주머니는 계속 여러개를 드시고 포장까지 해갔다.
우리가 먹은 빙떡집에서는 멋진 할아버지가 메밀전병을 굽고 할머니가 능숙하게 말아서 바로 바로 빙떡을 만들어 준다.
여기서 직접 만든 식혜도 사 마셨는데 식혜는 맛있었다.
엄마는 성남 모란시장에 비교해서 살짝 실망 한 거 같았지만 그래도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부모님과 공감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이것이 전통시장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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