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페

마음까지 치유 되는 카페, 서귀포 남원 모카다방

강남석유재벌 2019. 11. 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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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올레길 4코스를 다녀 왔다.

날씨도 흐리고 미세먼지도 나쁜 날이었는데 주로 평지길인데다가 주목 할 만한 풍경이 많지 않아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서귀포시 남원에 있는 신흥리포구를 지나가고 있었다.

 

표선해수욕장에서 아침부터 걷기 시작해서 오후가 되어 한참 커피수혈이 필요 할 때 즈음에 눈 앞에 작고 예쁜 카페가 나타났다.

모카다방이라는 이름의 카페는 왠지 카페모카나 쵸코라떼가 맛있을꺼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왠지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꺼 같아서 서슴없이 들어갔다.

 

 

카페 분위기와 이름에서 여자사장님이 운영 하실꺼 같았는데 문을 열자말자 남자 바라스타 두분이 인사를 건낸다. ^^;

먼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 하고 나서 보니 '마음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 라는 문구의 책과 에코백이 진열 되어 있다.

 

 

커피바 왼쪽으로는 한일소주며 7up, 맥콜 등 옛날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음료병과 소품이 진열 되어 있다.

나중에 사장님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나의 친형과 동갑이시다.

 

 

쇼케이스에는 맛있는 케이크와 디저트  류가 진열 되어 있는데 종류는 많지는 않지만 하나 같이 맛있어 보인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 등 좋은 재료로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다고 한다.

 

 

커피바 안쪽에도 네온사인으로 '마음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 라는 글귀가 눈에 뛴다.

사연을 몰랐을 때는 카페 사장님이 그저 나처럼 번아웃을 경험하고 워라벨이나 욜로의 삶을 즐기시는 정도로만 생각 했다. ㅡ.,ㅡ;

 

 

레트로 디자인의 TV에서는 뜬금없이 예전의 맥심 모카골드 광고가 반복 재송 되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곳에서 모카골드 광고를 촬영한 장소라고 한다.

그래서, 카페 이름도 모카다방이 되었고 광고빨을 받은 첫번째 모카다방 사장님에서 현재의 사장님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카페를 구경하는 사이에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바다가 보이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 저기 곳 곳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눈에 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입안 가득 기분 좋은 커피 향이 채워진다.

적절한 산미와 고소한 맛, 쓴 맛, 단맛의 밸런스도 좋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 맛이어서 더 좋았다.

 

 

왠 약봉투지? 했는데 안에 공룡알이나 엠엔엠즈 같은 쵸콜릿이 들어 있다.

마음이 아플때 필요한 약을 처방해 주신 건데 이 카페의 사연도 모르고 와서 단순하게 사장님이 그냥 위트가 넘치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처음 한모금을 마시고 "사장님 커피가 맛있어요~" 로 시작한 감사 인사 한마디가 이날 모카다방에서 두시간 넘는 수다의 포문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아서 나의 카페 이야기, 커피 공부 했던 이야기 등 등으로 한참 대화를 이어 나갔다.

커피 한 잔이 다 비워졌을 때즘에는 사장님이 아끼는 프랑스 차 한잔을 선물 받아 카페 밖 의자에 앉아 대화를 이어 나갔다.

밖에서 모카다방 사장님의 사연을 듣게 되었고 예전에 너무 아플때 썼던 수필이 작은 책으로 만들어져서 현재 카페에서 판매 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디 그 책을 보며 공감도 하고 위로도 받았다고 한다.

카페 곳 곳에 있던 '마음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라는 의미를 이해하게 됐다.

제주에 와서는 몸도 많이 건강해져서 모카다방을 찾아 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들어 줄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생기셨다고 한다.

 

 

바다가에서 잠깐 진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화 주제를 바꿔서 모카다방의 별관이자 사장님의 아지트를 구경 시켜 주셨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미국 극장에서 쓰던 스피커와 옛날 엠프가 요즘의 깔끔한 디지털 음원과는 다른 맛으로 홀을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현재는 모카다방 손님들이 바다를 보면 멍때릴 수 있게 운영되고 있는 별관 2층도 구경 시켜 주셨다.

 

 

겨우 2층이지만 확실히 조금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이 또 다르고 새롭다.

 

 

모카다방과 별관 곳 곳에 레트로한 감성의 소품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한참을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모카다방에서 사장님과 두시간 넘게 수다를 떨었고 어느새 살짝 해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올레길 4코스 종료지점인 남원포구까지 약 6킬로 정도를 남겨 두고 있었는데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려면 아쉽지만 길을 나서야 했다.

모카다방 사장님과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가는 길에 아쉬워서 모카다방의 사진 한 장을 더 담았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올레길 4코스에서 모카다방을 만난 것은 가장 값진 발견이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장비 수준을 봐도 스페셜티 커피를 제대된 맛을 내기 위해서 였고, 먹어보진 못했지만 디저트나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며 사장님의 정성도 남다른 것 같아 다음에 다시 한번 찾아가 맛보고 싶다.

예전에 내 카페를 운영 할때 카페의 테마를 여행으로 삼고 일상에 지친 고객들에게 잠시 휴식이 되어 주는 카페를 운영하고자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점 점 지쳐가고 내 마음의 여유도 잃어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잘 하지 못했던 것을 모카다방 사장님이 하고 계신 것을 보고 더욱 응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자주 찾아 가진 못하겠지만 모카다방 사장님이 계속 건강하셔서 마음이 아프거나 위로가 필요한 손님들에게 치유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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